한문 · 사상KDC 152

한비자

한비 · 기원전 3세기

다른 이름: 한비

외워 둘 한 줄 명문장 원문 · 한문 · 구절을 누르면 소리와 뜻이 나옵니다

왜 외워 둘 만할까한비자는 가까운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똑같이 대하는 법만이 나라를 지킨다고 했습니다. 아는 사람만 챙기는 일에 지친 날, 2,200년 전에도 같은 물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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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신분 높은 사람에게 굽히지 않고, 먹줄은 굽은 나무에 맞춰 휘지 않는다.

「유도」편 · 번역: 고전 서가

한문은 우리 한자음으로 읽어 줍니다. 괄호 안은 지금 중국어 발음입니다.

단어 풀이

원문발음뜻
법불아귀 (fǎ bù ē guì)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고
승불요곡 (shéng bù náo qū)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
한 줄 팁

繩(승)은 목수가 나무에 곧은 선을 긋는 ‘먹줄’. 법을 먹줄에 빗댄 것입니다. 阿(아)는 ‘아첨하다’, 지금도 ‘아부(阿附)’의 ‘아’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날 펼쳐 보세요

  • 같은 잘못을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처리되는 걸 본 날
  • 바른말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는 날
  • 예전 방식만 고집하는 회의에 지친 날

읽기 전에 알아 두면 쉬운 말 그 시대, 그곳의 사정

전국시대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진나라가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일곱 강국이 서로 싸우던 시대. 수많은 사상가가 각자 나라를 살릴 방법을 내놓았다.
법가
도덕보다 분명한 법과 상벌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본 학파. 한비는 앞선 법가 사상을 모아 정리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사
한비와 함께 순자에게 배운 동문. 진나라의 승상이 되어 진시황의 통일을 도왔고, 『사기』는 그가 한비를 모함했다고 전한다.
역린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건드리면 용이 노해 사람을 죽인다는 비유로, 윗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아픈 곳을 뜻한다.

핵심 내용 편별로 쉽게 · 전 55편 중 대표 편

노란 밑줄은 이야기의 고비가 되는 대목입니다.

  1. 「세난」말하기의 어려움한비는 전국시대 약소국 한(韓)나라의 왕족이었다. 말을 더듬어 말로는 뜻을 펴지 못했고, 대신 글을 썼다. 「세난」은 임금을 설득하는 일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를 파고든다. 어려운 것은 내 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용의 목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 하나를 건드리면 용이 사람을 죽인다고 비유했다. 임금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 역린이 있다. 윗사람에게 바른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2,200년 전 이 글이 남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2. 「화씨」옥을 알아보지 못한 왕들초나라 사람 화씨는 산에서 옥돌을 얻어 왕에게 바쳤다. 옥 다듬는 장인이 그냥 돌이라고 하자 왕은 그를 속였다며 왼발을 잘랐다. 다음 왕에게 다시 바쳤다가 오른발마저 잘렸다. 세 번째 왕 때 그는 산 아래서 사흘 밤낮을 울었다. 발을 잃어서가 아니라, 보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사람을 거짓말쟁이라 하는 것이 슬퍼서였다. 마침내 돌을 쪼개 보니 천하의 보옥이 나왔고, 사람들은 이를 ‘화씨의 구슬’이라 불렀다. 한비는 바른 법을 내놓는 사람이 늘 이렇게 의심받는다고 썼다.
  3. 「오두」그루터기를 지키는 농부‘오두’는 나라를 갉아먹는 다섯 종류의 좀벌레라는 뜻이다. 한비는 옛 성인의 방식만 고집하는 학자들을 송나라 농부에 빗댔다. 밭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토끼가 부딪혀 죽자, 농부는 쟁기를 내던지고 그루터기만 지키며 또 토끼가 오기를 기다렸다. 토끼는 다시 오지 않았고 그는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시대가 바뀌면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한때 통했던 방법을 붙들고 있는 조직이라면 뜨끔해지는 대목이다.
  4. 「유도」먹줄 같은 법「유도」는 법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한비가 보기에 나라가 어지러운 까닭은 임금이 기분과 친분으로 상벌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법을 목수의 먹줄에 빗댄다. 먹줄은 굽은 나무에 맞춰 휘지 않고, 저울은 무거운 쪽에 아첨하지 않는다. 잘못을 벌할 때는 대신도 피할 수 없고, 잘한 일을 상줄 때는 평범한 백성도 빠뜨리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만 챙기는 일을 보며 속이 끓던 사람에게, 이 차가운 문장이 이상하게 시원하게 읽힌다.
  5. 「고분」·「세난」외로운 분노, 그리고 그의 최후「고분」은 ‘외로운 분노’라는 뜻이다. 법을 아는 신하가 권세 있는 무리에게 밀려나는 억울함을 적었다. 진나라 왕 정, 훗날의 진시황은 이 글을 읽고 이 사람을 만나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했다고 『사기』는 전한다. 그러나 한비가 사신으로 진나라에 오자, 함께 순자에게 배웠던 이사가 그를 모함했다. 한비는 옥에 갇혀 독약을 받았고, 그의 생각은 그를 죽인 나라에서 쓰였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사람의 끝이 그러했다.

가장 오래 남는 장면

산 아래서 사흘을 운 사람

두 발을 다 잃은 화씨가 옥돌을 끌어안고 초산 아래서 사흘 밤낮을 운다. 눈물이 마르자 피가 흘렀다고 한다. 소문을 들은 왕이 사람을 보내 왜 그리 슬피 우느냐, 발 잘린 사람이 너 하나뿐이냐고 묻는다. 화씨는 답한다. 발을 잃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보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선비를 거짓말쟁이라 부르니 그것이 슬프다. 한 번쯤 진심을 내밀었다가 의심받아 본 사람이라면, 이 오래된 울음소리에 오래 머물게 된다.

이 책이 말하는 것 주제

  1. 법은 사람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높은 사람에게도 낮은 사람에게도 같은 기준. 한비는 그것이 약한 사람을 지키는 길이라고 보았다.
  2. 사람의 마음은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 그는 사람을 착하게 보지도 나쁘게 보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려 했다.
  3. 시대가 바뀌면 방법도 바뀐다. 옛날에 통했다는 이유만으로 지키는 것은 그루터기 앞의 농부와 같다.

그 시대와 오늘

한비가 살던 기원전 3세기는 일곱 나라가 서로 삼키려 싸우던 전국시대의 끝자락이었다. 그의 나라 한은 가장 작고 약했고, 바로 옆에 가장 강한 진나라가 있었다. 왕족이었던 그는 여러 번 글을 올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가 쓴 글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적국의 왕이었고, 그 나라는 그의 생각으로 천하를 하나로 묶었다.

지금 우리도 비슷한 장면을 겪는다. 같은 잘못을 해도 누구는 넘어가고 누구는 징계를 받는 회사, 실력보다 줄이 중요하다는 말이 오가는 조직, 바른말을 했다가 회의실 분위기가 얼어붙는 순간. 그럴 때 사람들은 정의를 크게 외치기보다, 그냥 기준이라도 하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비의 글은 차갑다. 사람의 선함에 기대지 않고, 이익과 두려움으로 움직이는 마음을 끝까지 들여다본다. 그런데 그 차가운 글 밑에는 억울하게 밀려난 사람, 알아봐 주지 않는 보옥을 끌어안고 우는 사람의 마음이 흐른다. 역린과 화씨의 구슬, 그루터기의 농부. 고사성어로만 알던 이야기들의 원래 자리를 찾아 읽는 재미부터 시작해 보면 좋다.

내가 속한 곳에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었으면 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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