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 Les Fleurs du mal · 1857
다른 이름: 악의꽃
외워 둘 한 줄 명문장 원문 · 프랑스어 · 구절을 누르면 소리와 뜻이 나옵니다
왜 외워 둘 만할까보들레르는 독자를 ‘위선자’라 부르다가 곧바로 ‘나와 닮은 이, 내 형제’라고 부릅니다. 나만 이렇게 비뚤어진 건 아닐까 싶은 밤, 170년 전 시인이 이미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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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닮은 이여, 나의 형제여!
서시 「독자에게」 마지막 행 · 번역: 고전 서가
단어 풀이
| 원문 | 발음 | 뜻 |
|---|---|---|
| 이포크리트 렉퇴르 | 위선적인 독자여 | |
| 몽 상블라블 | 나와 닮은 이여 | |
| 몽 프레르 | 나의 형제여 |
semblable은 ‘닮은’이라는 뜻으로 영어 similar, resemble과 뿌리가 같습니다. 시인은 독자를 꾸짖는 것 같지만, 마지막에 ‘형제’라고 부르며 자기 곁에 세웁니다.
이런 날 펼쳐 보세요
- 아무 일도 없는데 모든 게 지겹고 무거운 날
- 사람 많은 도시 한복판에서 오히려 혼자인 것 같은 날
- 내 안의 어두운 마음을 누구에게도 꺼내 보이지 못한 날
읽기 전에 알아 두면 쉬운 말 그 시대, 그곳의 사정
- 권태(ennui)
- 보들레르가 가장 무서워한 괴물. 단순한 심심함이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무거운 마음을 가리킨다.
- 스플린(spleen)
- 원래는 ‘비장’이라는 장기 이름. 옛사람들은 우울이 비장에서 나온다고 믿었고, 보들레르는 이 말로 짓누르는 듯한 우울을 불렀다.
- 오스만의 파리 개조
- 1850~60년대 파리는 대대적인 공사로 좁은 골목이 헐리고 넓은 대로가 뚫렸다. 보들레르는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옛 거리를 보며 ‘도시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보다 빨리 변한다’고 썼다.
- 1857년 재판
- 시집이 나오자 정부는 풍속을 해쳤다며 보들레르를 재판에 넘겼다. 그는 벌금을 물었고 시 여섯 편은 책에서 빼야 했다. 이 판결이 공식적으로 뒤집힌 것은 거의 100년 뒤인 1949년이었다.
줄거리 장별로 쉽게 · 1861년판의 장 구성
노란 밑줄은 이야기의 고비가 되는 대목입니다.
- 서시독자에게시집을 여는 시다. 보들레르는 처음부터 독자를 칭찬하지 않는다. 어리석음과 죄와 인색함이 우리 마음에 들어앉아 있고, 우리는 그것들을 거지가 이를 기르듯 키운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많은 괴물 가운데 가장 추하고 지독한 놈은 소리 지르지도 날뛰지도 않는 ‘권태’라고 한다. 하품 한 번에 세상을 삼켜 버리는 괴물. 그러고는 그 괴물을 아는 독자에게 “위선자 독자여, 나와 닮은 이, 나의 형제여”라고 부른다. 시인은 독자를 내려다보지 않고, 같은 어둠 속에 나란히 선다.
- 우울과 이상날개와 무게시집의 절반이 넘는 가장 긴 장이다. 시는 하늘을 향하는 마음과 바닥으로 가라앉는 마음 사이를 끝없이 오간다. 「알바트로스」에서 하늘의 왕이던 거대한 새는 배 위에 붙잡히자 커다란 날개 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뱃사람들의 놀림감이 된다. 「상응」에서는 향기와 색과 소리가 서로 대답하는 숲을 노래하고, 「스플린」 연작에서는 하늘이 뚜껑처럼 내려앉은 날의 무게를 그린다. 그를 하늘로 들어 올리던 바로 그 날개가, 땅 위에서는 그를 걷지 못하게 한다.
- 파리 풍경스쳐 가는 도시1861년판에 새로 넣은 장이다. 대공사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파리, 그 거리에서 시인은 늙은 여인과 맹인과 넝마주이를 오래 바라본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사람들이다. 「백조」에서는 우리를 빠져나온 백조가 마른 길바닥에서 물을 찾아 헤매는 모습에, 고향을 잃은 모든 사람을 겹쳐 놓는다. 「지나가는 여인에게」에서 그는 붐비는 거리에서 단 한 번 눈이 마주치고 사라진 여인에게 말한다. 내가 사랑했을 당신, 당신도 그걸 알았지요.
- 술 · 악의 꽃 · 반항숨기지 않은 어둠고통을 잊으려는 취기, 금지된 욕망, 신에게 대드는 목소리를 숨김없이 담은 세 장이다. 넝마주이와 노동자가 술 한 잔에 잠시 왕이 되는 시가 있고, 사랑과 죽음이 뒤엉킨 시가 있으며, 성경 속 악인의 편을 드는 시가 있다. 그는 아름다운 것만 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면으로 맞선다. 이 대담함 때문에 시집은 나오자마자 재판을 받았다.
- 죽음새로운 것을 찾아마지막 장의 시들은 연인과 가난한 이와 예술가에게 찾아오는 죽음을 그린다. 시집을 닫는 긴 시 「여행」에서, 시인은 아이처럼 지도를 펼치던 시절부터 세상 끝까지 떠돌아 본 여행자들의 고백을 듣는다. 어디를 가도 똑같은 권태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래도 그는 마지막 줄에서, 미지의 깊은 곳으로 가 ‘새로운 것’을 찾자고 노래한다. 절망을 끝까지 들여다본 사람이 마지막에 남긴 말이 ‘새로운 것’이라는 데서 시집은 끝난다.
가장 오래 남는 장면
갑판 위의 알바트로스
긴 항해에 지친 뱃사람들이 재미 삼아 커다란 바닷새를 붙잡는다. 배를 따라 하늘을 유유히 날던 새다. 갑판에 내려놓자, 그 크고 하얀 날개는 노처럼 질질 끌리고 새는 뒤뚱거리며 넘어진다. 한 사람은 담뱃대로 부리를 쿡쿡 찌르고, 다른 사람은 절뚝거리며 새 흉내를 낸다. 보들레르는 시인이 바로 이 새라고 쓴다. 폭풍 속을 날던 날개가 땅 위에서는 걷는 것조차 방해한다고. 남들에게 쓸모없어 보이는 나의 무언가가, 사실은 하늘에서만 쓰이는 날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래 남는다.
이 책이 말하는 것 주제
- 아름다움은 어두운 곳에서도 핀다. 보들레르는 가난한 거리와 병든 마음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았다.
- 가장 무서운 것은 권태다. 큰 죄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이 사람을 갉아먹는다고 시인은 말한다.
- 시인은 독자 위에 서지 않는다. “나의 형제여”라는 마지막 부름처럼, 시인은 자기 어둠을 털어놓으며 독자와 나란히 선다.
그 시대와 오늘
보들레르는 다섯 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는 곧 엄격한 군인과 재혼했다. 스무 살이 넘어 물려받은 유산을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써 버리자, 가족은 법원에 청해 그의 돈을 관리인이 쥐도록 했다. 그는 평생 빚쟁이를 피해 셋방을 옮겨 다녔고, 이 시집 하나를 다듬는 데 십수 년을 들였다. 나오자마자 재판을 받은 시집은, 그가 마흔여섯에 세상을 떠난 뒤 근대시의 출발점으로 불리게 된다.
지금 우리의 권태는 할 일이 없어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할 일은 넘치는데 무엇을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날, 휴대폰을 몇 시간째 넘기다 문득 아무것도 본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 밤. 사람으로 가득한 지하철 안에서 한 번도 누구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집에 돌아오는 저녁. 그런 마음은 말로 꺼내기도 어려워 혼자 삼키게 된다.
보들레르는 그 어둠을 예쁘게 꾸미지 않았다. 대신 그 한가운데 서서 독자를 ‘형제’라고 불렀다. 나만 이렇게 무겁고 비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170년 가까이 전 파리의 시인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시집 마지막 줄에 ‘새로운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어두운 시를 한 편씩 따라 읽다 보면, 그 마지막 줄이 왜 그토록 밝게 빛나는지 알게 된다.
나를 갉아먹는 ‘권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