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 장편소설KDC 860

적과 흑

스탕달 · Le Rouge et le Noir · 1830

다른 이름: 적과흑

외워 둘 한 줄 명문장 원문 · 프랑스어 · 구절을 누르면 소리와 뜻이 나옵니다

왜 외워 둘 만할까스탕달은 소설이 하늘의 푸름도 길바닥의 진창도 그대로 비춘다고 말합니다. 쥘리앵의 야망과 몰락이 불편하게 읽힌다면, 그 거울에 우리 모습이 비쳐서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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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것은 길을 따라 들고 다니는 거울이다.

제1부 13장 머리글. 스탕달은 17세기 작가 생레알의 말이라고 적었습니다 · 번역: 고전 서가

단어 풀이

원문발음뜻
앵 로망소설
세 탱 미루아르그것은 거울이다
콩 프로멘사람이 들고 거니는
르 롱 댕 슈맹길을 따라
한 줄 팁

promener(프로므네)는 ‘산책시키다’. 개를 산책시킬 때도, 거울을 들고 다닐 때도 이 단어를 씁니다.

이 책의 첫 문장

La petite ville de Verrières peut passer pour l'une des plus jolies de la Franche-Comté.

베리에르라는 작은 도시는 프랑슈콩테 지방에서 가장 예쁜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하다.

제1부 1장 첫 문장 · 번역: 고전 서가

이런 날 펼쳐 보세요

  • 실력은 있는데 배경이 없어서 밀려났다고 느끼는 날
  • 잘 보이려고 내가 아닌 사람을 연기하다 지쳐 버린 날
  • 성공하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엇갈리는 날

읽기 전에 알아 두면 쉬운 말 그 시대, 그곳의 사정

왕정복고
나폴레옹이 물러난 1815년부터 1830년까지 프랑스에 다시 왕과 귀족의 시대가 돌아온 시기. 나폴레옹 시절에는 평민도 전쟁터에서 장군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 출세의 문은 다시 집안과 신분에 따라 닫혔다.
적과 흑
흔히 붉은색은 군인의 제복, 검은색은 성직자의 옷으로 읽는다. 나폴레옹 시대였다면 군인이 되었을 쥘리앵은, 이 시대에는 신부의 검은 옷을 입어야 출세할 수 있었다.
신학교
가난한 집 아들이 공부해서 올라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성직이었다. 신학교에서는 머리보다 겸손한 척하는 얼굴과 줄을 잘 서는 법이 더 중요했다.
실제 사건
1827년, 신학생이던 앙투안 베르테라는 청년이 가정교사로 일했던 집의 부인을 성당에서 총으로 쏜 사건이 있었다. 스탕달은 신문에서 이 재판 기사를 읽고 소설을 구상했다.

줄거리 장별로 쉽게 · 전 2부

노란 밑줄은 이야기의 고비가 되는 대목입니다.

  1. 1부 전반베리에르프랑스 동부의 작은 도시 베리에르, 제재소를 하는 목수의 셋째 아들 쥘리앵 소렐은 몸이 약하고 책만 붙들고 있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형들에게 늘 맞는다. 그는 라틴어 성경을 통째로 외운 덕에 시장 레날 씨 집 아이들의 가정교사가 된다. 베개 밑에 나폴레옹의 초상을 숨겨 둔 그는 레날 부인을 사랑해서라기보다, 귀족 부인의 마음을 얻는 것을 하나의 전투처럼 여긴다. 어느 여름밤 정원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명령하듯 부인의 손을 잡는다. 그런데 부인은 손을 빼지 않고, 둘은 정말로 사랑하게 된다.
  2. 1부 후반신학교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익명의 편지가 돌자, 쥘리앵은 부인을 지키기 위해 브장송의 신학교로 떠난다. 그곳 신학생들은 대부분 배고픔을 면하려고 온 농부의 아들들이고, 생각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미움을 산다. 쥘리앵은 얼굴 표정 하나, 걸음걸이 하나까지 위선을 연습한다. 뛰어난 머리는 그를 더 외롭게 만든다. 엄격하지만 정직한 교장 피라르 신부만이 그의 재능을 알아본다.
  3. 2부 전반파리피라르 신부의 추천으로 쥘리앵은 파리의 대귀족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된다. 후작은 그의 능력을 아끼지만, 살롱의 귀족들은 그를 하인처럼 대한다. 콧대 높은 후작의 딸 마틸드는 모두가 따분하다며 하품하는 사교계에서 이 거만한 평민 청년에게 끌린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 무릎을 꿇느냐의 싸움처럼 사랑한다. 쥘리앵은 사다리를 타고 그녀의 창으로 올라가고, 마틸드는 그의 아이를 갖는다. 후작은 하는 수 없이 그에게 귀족 칭호와 장교 자리를 내준다. 목수의 아들이 꿈꾸던 모든 것이 손에 들어온다.
  4. 2부 후반총성그때 레날 부인의 편지가 후작에게 도착한다. 고해 신부가 시키는 대로 쓴 그 편지에는 쥘리앵이 여자를 이용해 출세하려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결혼은 깨진다. 쥘리앵은 말없이 베리에르로 달려가 권총을 산다. 미사를 드리던 레날 부인에게 그는 두 발을 쏜다. 평생 계산하며 살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아무 계산 없이 저지른 일이었다.
  5. 결말감옥부인은 목숨을 건진다. 감옥에 갇힌 쥘리앵은 비로소 야망을 내려놓고,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레날 부인이었음을 깨닫는다. 부인은 남편 몰래 감옥을 찾아오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채 함께 지낸다. 재판정에서 그는 이 재판이 낮은 신분으로 태어나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 한 젊은이를 벌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스스로 사형을 받아들인다. 단두대에 오르던 날, 그는 생애 가장 담담했다. 마틸드는 그의 머리를 거두어 직접 묻고, 레날 부인은 사흘 뒤 아이들을 안고 숨을 거둔다.

가장 오래 남는 장면

정원의 밤, 손

보리수 아래 어두운 정원, 레날 부인과 그녀의 사촌, 그리고 쥘리앵이 나란히 앉아 있다. 쥘리앵은 결심한다. 성당 시계가 열 시를 치면 저 손을 잡겠다. 못 하면 방에 올라가 총으로 머리를 쏘겠다고. 종이 울리기까지 그는 숨이 막혀 말도 제대로 못 한다.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고, 그는 부인의 손을 잡는다. 부인은 손을 빼려다가 그대로 둔다. 쥘리앵이 느낀 것은 사랑의 기쁨이 아니라 전투에서 이긴 병사의 안도였다. 스탕달은 그 차이를 웃음기 섞인 눈으로 보여 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장면에서,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정작 그 순간을 누리지 못했던 날들을 떠올린다.

이 책이 말하는 것 주제

  1. 출세의 사다리는 사람을 바꾼다. 쥘리앵은 오르기 위해 위선을 배웠고, 그 위선이 그를 무너뜨린다.
  2. 계산으로 시작한 마음이 진심이 되기도 한다. 유혹을 싸움처럼 여기던 청년이 마지막에야 자기 마음을 안다.
  3. 붉은색과 검은색 사이에서 군복과 성직자의 옷, 혹은 정열과 야심. 제목의 뜻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 시대와 오늘

스탕달은 열일곱 살에 나폴레옹 군대를 따라 이탈리아로 갔고, 모스크바 원정에도 참가했다. 나폴레옹이 무너진 뒤 그는 공직에서 밀려나 밀라노와 파리를 떠돌았다. 귀족과 성직자가 다시 자리를 차지한 왕정복고 시대에, 재능만 있는 평민 청년이 설 자리는 없었다. 그는 이 소설에 ‘1830년 연대기’라는 부제를 붙였고, 소설이 나온 해 프랑스에서는 다시 혁명이 일어났다.

지금 우리는 신분 사회에 살지 않는다. 그래도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부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첫 직장이 어디였는지가 출발선을 바꾼다는 것을 모두 안다. 면접장에서는 원래의 나보다 조금 더 밝고 자신 있는 얼굴을 연기하고, 회식 자리에서는 웃고 싶지 않은 농담에 웃는다. 그렇게 높이 올라갈수록 이상하게 진짜 내 얼굴은 흐려진다.

쥘리앵은 평생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연기했지만, 그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모든 것을 잃은 감옥 안에서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한 사람 곁에 있을 때였다. 스탕달은 그 야망을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그만큼 애썼던 젊은이를 끝까지 아끼는 눈으로 따라간다. 올라가느라 숨이 찬 사람이라면, 이 거울 속에서 자기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무엇이 되기 위해 무엇을 연기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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