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 장편소설KDC 890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 1866

다른 이름: 죄와벌

외워 둘 한 줄 명문장 원문 · 러시아어 · 구절을 누르면 소리와 뜻이 나옵니다

왜 외워 둘 만할까도끼를 든 이유를 소냐에게 털어놓으며 라스콜니코프가 내뱉는 물음입니다. 남보다 특별해야만 내가 의미 있다고 느끼는 마음이 사람을 얼마나 외롭게 하는지, 이 한 문장이 보여 줍니다.

…

구절을 하나 눌러 보세요.

나는 벌벌 떠는 벌레인가, 아니면 권리를 가진 사람인가.

제5부 4장. 소냐에게 털어놓는 고백 · 번역: 고전 서가

단어 풀이

원문발음뜻
트바리 리 야나는 벌레인가
드라자샤야벌벌 떠는
일리아니면
프라바 이메유권리를 가졌는가
한 줄 팁

право(프라바)는 ‘권리’이자 ‘오른쪽’. 러시아어로 ‘오른쪽으로’는 направо(나프라바)입니다.

이 책의 첫 문장

В начале июля, в чрезвычайно жаркое время, под вечер, один молодой человек вышел из своей каморки…

7월 초, 몹시 무더운 어느 저녁 무렵, 한 젊은이가 자신의 좁은 방에서 나왔다.

제1부 1장 첫 문장 · 번역: 고전 서가

이런 날 펼쳐 보세요

  • 열심히 살아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날
  • 남보다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만 내 삶이 의미 있을 것 같은 날
  • 숨기고 있는 잘못 때문에 누구와도 편히 눈을 맞추지 못하는 날

읽기 전에 알아 두면 쉬운 말 그 시대, 그곳의 사정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의 수도. 화려한 궁전 뒤편에는 센나야 광장 주변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사는 비좁고 냄새나는 골목이 있었다. 소설 속 7월의 더위와 먼지가 바로 그 거리의 것이다.
전당포 노파
물건을 맡기면 아주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던 사람. 가난한 학생과 노동자들은 시계나 반지를 맡기고 몇 푼을 빌렸다.
노란 통행증
당시 러시아에서 몸을 파는 여성이 경찰에 등록하고 받아야 했던 신분증. 소냐는 굶주린 동생들을 먹이려고 이것을 받았다.
유형
죄인을 시베리아 같은 먼 곳으로 보내 강제 노동을 시키던 형벌. 도스토옙스키 자신도 젊을 때 4년 동안 시베리아에서 이 생활을 했다.

줄거리 장별로 쉽게 · 6부와 에필로그

노란 밑줄은 이야기의 고비가 되는 대목입니다.

  1. 1부도끼돈이 없어 대학을 그만둔 스물셋 라스콜니코프는 관처럼 좁은 다락방에 누워 지낸다. 하숙비는 밀렸고, 시골의 어머니와 여동생 두냐는 그를 위해 없는 돈을 보낸다. 술집에서 만난 퇴직 관리 마르멜라도프는 딸 소냐가 가족을 먹이려 몸을 팔게 되었다며 운다. 그 무렵 동생 두냐가 오빠를 돕기 위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려 한다는 편지가 온다. 그는 남의 가난으로 돈을 불리는 전당포 노파 하나쯤 없애고 그 돈으로 여러 사람을 도우면 옳은 일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는 도끼를 외투 안에 숨기고 노파의 집 계단을 오른다. 그런데 마침 돌아온 노파의 순한 여동생 리자베타까지 죽이게 된다.
  2. 2~3부열병과 심문범행 뒤 그는 며칠을 열병에 시달리고, 훔친 지갑과 물건은 돌 밑에 묻은 채 열어 보지도 않는다.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하겠다던 계획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던 셈이다. 마르멜라도프가 마차에 치여 죽자, 그는 어머니가 보낸 돈을 모두 장례비로 내준다. 예심판사 포르피리는 그가 예전에 잡지에 쓴 글을 꺼낸다. 나폴레옹 같은 특별한 사람은 큰일을 위해 법을 넘어도 된다는 글이다. 포르피리는 웃으며 묻는다. 그러면 당신은 자신을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느냐고.
  3. 4부나사로의 부활라스콜니코프는 밤늦게 소냐의 방을 찾아간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준 소냐는 그보다 더 비참한 처지인데도 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는 리자베타가 소냐에게 주고 간 성경을 집어 들고, 죽은 지 나흘 된 나사로가 무덤에서 걸어 나오는 대목을 읽어 달라고 한다. 떨리는 목소리로 읽던 소냐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는다. 촛불 하나 아래서 살인자와 몸 파는 여자가 함께 부활 이야기를 읽는다. 그 방 벽 너머에서는 두냐를 노리는 음흉한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이 모든 말을 엿듣고 있다.
  4. 5~6부고백과 자수그는 결국 소냐에게 자기가 범인이라고 털어놓는다. 소냐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그를 끌어안고, 네거리에 나가 땅에 입을 맞추고 모두 앞에서 죄를 말하라고 한다. 포르피리는 증거는 없지만 모든 것을 안다며, 스스로 자수할 시간을 주겠다고 한다. 한편 두냐에게 거절당한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비 오는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라스콜니코프는 센나야 광장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었다가 경찰서로 간다. 계단을 내려가려던 그는 멀리 서 있는 소냐를 보고 다시 돌아가 자수한다.
  5. 에필로그시베리아의 봄그는 8년의 유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간다. 소냐는 그를 따라와 마을에 살며 죄수들의 편지를 대신 써 주고, 죄수들은 그녀를 어머니처럼 따른다. 정작 라스콜니코프는 오랫동안 후회조차 하지 않고 마음을 닫는다. 그러다 앓아누운 소냐를 며칠 보지 못한 뒤, 어느 봄날 아침 강가에서 그녀를 만난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소냐의 무릎을 끌어안고 운다. 도스토옙스키는 두 사람 앞에 아직 7년이 남았지만, 그것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적는다.

가장 오래 남는 장면

촛불 아래의 나사로

소냐의 방은 낡은 헛간처럼 비뚤어져 있고, 탁자 위에는 반쯤 탄 촛불 하나가 놓여 있다. 라스콜니코프는 나사로 이야기를 읽어 달라고 조른다. 소냐는 망설이다 읽기 시작하고,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는 대목에 이르자 목소리가 떨리면서도 커진다. 도스토옙스키는 그 장면을 이렇게 남긴다. 살인자와 창녀가 영원한 책을 함께 읽으려고 이 초라한 방에서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두 사람이 가장 큰 희망의 이야기를 함께 읽는 순간, 소설의 공기가 바뀐다.

이 책이 말하는 것 주제

  1. 큰 목적이 작은 생명을 지우지 못한다. ‘쓸모없는 노파 하나쯤’이라는 계산이 얼마나 위험한지, 소설은 범행 뒤의 시간 전체로 보여 준다.
  2. 벌은 감옥보다 먼저 마음에 온다. 라스콜니코프는 붙잡히기도 전에 가족과도 친구와도 말을 나누지 못하게 된다.
  3. 사람을 일으키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있던 소냐가 그를 끝까지 기다린다.

그 시대와 오늘

도스토옙스키는 스물여덟 살에 금지된 모임에 나갔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총살 직전 황제의 감형 명령이 도착했고, 그는 시베리아에서 4년 동안 죄수로 살았다. 『죄와 벌』을 쓴 1866년에는 형과 아내를 잃고 노름빚에 쫓기며, 잡지에 연재하면서 원고료를 미리 당겨 써야 했다.

지금도 라스콜니코프의 다락방은 있다. 고시원 한 칸, 학자금 대출, 아무리 일해도 오르지 않는 통장 앞에서 사람들은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낀다. 그 분노가 가끔 ‘쓸모없는 사람’을 고르는 말이 되어 화면 위를 떠돌고, 남보다 특별해야만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젊은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든다.

도스토옙스키는 라스콜니코프를 괴물로 그리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동전까지 남의 장례비로 내주는 사람이고, 그래서 더 무섭게 무너진다.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논리가 아니라 자기보다 더 비참한 처지에서 그를 끌어안은 한 사람이었다. 900쪽을 따라가다 보면,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사람이 다시 살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된다.

나는 어떤 계산으로 누군가를 ‘없어도 되는 사람’으로 여긴 적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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