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 장편소설KDC 850

심판

프란츠 카프카 · Der Process · 1925

다른 이름: 소송 · 카프카 심판

외워 둘 한 줄 첫 문장 원문 · 독일어 · 구절을 누르면 소리와 뜻이 나옵니다

왜 외워 둘 만할까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아침 체포된 요제프 K. 이유도 모른 채 평가받고 판단당하는 기분이 든 적이 있다면, 이 첫 문장이 이미 그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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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을 하나 눌러 보세요.

누군가 요제프 K.를 모함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침 그가 체포되었으니 말이다.

제1장 첫 문장 · 번역: 고전 서가

단어 풀이

원문발음뜻
예만트 무스테누군가 ~했음이 틀림없다
요제프 카 페어로임데트 하벤요제프 K.를 모함했다
덴 오네 다스왜냐하면 ~하지 않았는데도
에어 에트바스 뵈제스 게탄 헤테그가 무슨 나쁜 짓을 했다
부르데 에어그는 ~되었다
아이네스 모르겐스 페어하프테트어느 날 아침 체포
한 줄 팁

eines Morgens(어느 날 아침)는 『변신』의 첫 문장에도 나옵니다. 카프카의 주인공들은 늘 평범한 아침에 갑자기 다른 세계로 떨어집니다.

이런 날 펼쳐 보세요

  •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 채 평가받고 판단당하는 날
  • 서류와 절차와 대기 번호 앞에서 내가 작아지는 날
  • 누군가의 허락만 기다리다 시간이 흘러가 버린 것 같은 날

읽기 전에 알아 두면 쉬운 말 그 시대, 그곳의 사정

소송(Der Proceß)
독일어 원제는 ‘재판’이자 ‘과정’을 뜻한다. K.의 재판은 한 번의 판결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과정이다.
은행 업무주임
K.는 대형 은행에서 은행장 바로 아래 자리에 있는 서른 살의 유능한 간부다. 그는 자기가 성실하게 쌓은 위치가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 믿는다.
하숙
K.는 그루바흐 부인의 집에서 방 하나를 빌려 산다. 남의 집 방에서 체포된다는 것은, 그의 사생활이 처음부터 남의 눈 아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완성 원고
카프카는 이 소설을 완성하지 않았고, 원고를 모두 태워 달라고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부탁했다. 브로트는 그 부탁을 지키지 않고 카프카가 죽은 이듬해인 1925년에 책으로 냈다.

줄거리 장별로 쉽게 · 미완성 원고, 장 순서는 편집본 기준

노란 밑줄은 이야기의 고비가 되는 대목입니다.

  1. 1장체포서른 살 은행 간부 요제프 K.는 생일 아침, 아침 식사를 기다리다 하숙방에 들이닥친 낯선 두 남자에게 체포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무슨 죄인지, 누가 고발했는지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다. 남자들은 오히려 그의 아침밥을 먹어 치우고 그의 속옷을 탐낸다. 이상하게도 그는 감옥에 가지 않고, 평소처럼 은행에 출근해도 된다는 말을 듣는다. 체포되었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하루가 시작되고, 그 하루는 1년 동안 이어진다.
  2. 2~3장다락의 법정어느 일요일, 첫 심리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법정은 가난한 동네 공동주택의 꼭대기 다락에 있다. 몇 시인지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 늦었다는 말을 듣는다. 사람들로 꽉 찬 후덥지근한 방에서, K.는 이 엉터리 절차를 큰 소리로 비판하고 청중의 박수를 받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연설을 마치고 보니 청중이 모두 옷깃에 같은 배지를 달고 있다. 그들은 모두 법정의 사람들이었다. 다음 주에 다시 찾아간 다락에는 법률 서적 대신 낡은 그림책이 놓여 있다.
  3. 5~7장끝없는 재판어느 날 은행 창고 방문을 열자, 그를 체포했던 남자들이 그의 불평 때문에 매를 맞고 있다. 시골에서 올라온 삼촌은 조카를 걱정해 병석의 유명한 변호사를 소개하지만, 변호사는 침대에 누워 말만 늘어놓고 아무 서류도 내지 않는다. 법원 판사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티토렐리는 무죄 판결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진짜 무죄, 겉으로만의 무죄, 그리고 끝없이 미루기. 그런데 진짜로 무죄를 받은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K.는 점점 은행 일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4. 9장대성당에서이탈리아 손님에게 대성당을 안내하러 갔다가 손님은 오지 않고, 텅 빈 어두운 성당에서 한 신부가 K.의 이름을 부른다. 그는 교도소 신부였다. 신부는 「법 앞에서」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골 사람이 법의 문 앞에 와서 들어가게 해 달라고 하지만 문지기는 지금은 안 된다고 한다. 그는 평생 문 앞에서 기다리며 가진 것을 다 문지기에게 바치고, 늙어 죽어 간다. 마지막에 문지기가 말한다. 이 문은 오직 너만을 위한 문이었다. 이제 나는 문을 닫겠다. K.는 신부와 이 이야기를 두고 오래 논쟁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다.
  5. 10장끝서른한 번째 생일 전날 밤, 검은 옷에 실크해트를 쓴 두 남자가 K.를 데리러 온다. 그는 이미 그들을 기다리며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저항하지 않고 그들 사이에 끼어 걸어가다, 잠깐 아는 여자의 뒷모습을 본 것도 같다. 도시 끝 채석장에서 두 남자는 칼을 꺼내 서로에게 공손하게 건넨다. 마지막 순간 K.는 멀리 한 집의 창이 열리고 누군가 팔을 뻗는 것을 본다. 친구일까, 도와주려는 사람일까. 그 팔은 끝내 닿지 않고,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개처럼!”이었다.

가장 오래 남는 장면

문 앞의 시골 사람

법의 문 앞에 문지기가 서 있다. 시골 사람이 들어가게 해 달라고 하자, 문지기는 지금은 안 된다고 한다. 문은 열려 있고, 문지기는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들어가고 싶으면 내 말을 어기고 들어가 보라고. 시골 사람은 들어가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 며칠을, 몇 해를 기다린다. 가져온 것을 하나씩 문지기에게 바치고, 나중에는 문지기 외투 깃의 벼룩에게까지 부탁한다. 눈이 어두워질 무렵 그는 문 안쪽에서 꺼지지 않는 빛을 본다. 그리고 묻는다. 모두가 법을 원하는데 왜 이 오랜 세월 나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았느냐고. 문지기의 대답을 듣는 순간, 우리는 그동안 허락을 기다리며 앉아 있던 수많은 문 앞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이 말하는 것 주제

  1. 이유를 모른 채 끌려가는 삶 K.는 끝까지 자기 죄가 무엇인지 듣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의 삶은 재판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다.
  2. 거대한 조직 앞에서 한 사람은 작아진다. 법원은 어디에나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3. 문은 늘 열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법 앞에서」의 시골 사람처럼 K.도 허락만 기다리다 스스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 시대와 오늘

카프카는 이 소설을 1914년 여름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해 7월, 그는 베를린의 한 호텔 방에서 약혼녀 펠리체와 그녀의 가족, 친구들 앞에 불려 앉아 약혼을 파기당했고, 그는 그 자리를 일기에 ‘법정’이라고 적었다. 낮에는 노동자 산재 보험국에서 서류와 절차를 다루는 일을 했고, 밤에는 글을 썼다. 결국 소설은 끝맺지 못했고, 그는 마흔 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며 원고를 태워 달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매일 보이지 않는 심사를 받는다. 서류 전형에서 이유도 모른 채 떨어지고, 앱의 신용 점수가 왜 내려갔는지 알 수 없고, 콜센터 대기 음악을 들으며 담당 부서를 몇 번이나 옮겨 다닌다. 회사의 평가표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매겼는지 끝내 알려 주지 않는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왠지 계속 무언가를 해명해야 할 것 같은 기분, 그 기분으로 하루를 보낸다.

카프카는 K.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화를 내고 실수하고 도움을 구하다 지친다. 그래서 오히려 그의 1년이 낯설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일 앞에서 막막했던 것이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100여 년 전 프라하의 보험국 직원이 이미 정확하게 적어 두었다. 그리고 그는 묻는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그 문은, 정말 닫혀 있었던 것일까. 이 짧고 이상한 소설을 덮고 나면, 그 물음이 오래 따라온다.

나는 어떤 문 앞에서 허락을 기다리기만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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